8월 말에 만난 고양이 또 만났다
오늘은 체육센터에 좀 일찍 도착하여서 짐을 댄스실에 숨겨놓고 운동장이나 몇 바퀴 돌까 갈등을 하는데 10미터 앞에서 고양이가 느긋하게 지나가길래 쟤가 올까 하며 쭈쭈쭈 불렀더니 오더라 오
뭔가 너 낯설지가 않다 우리 구면이지 하는 사이 내게 다가오길래 쭈그리고 앉아 쓰다듬는데 날 지나치더라?
너 보기보다 차가운 고양이구나 날 설레게 하다니 하며 뒷꽁무니만 졸졸 쫓아가는데 걔가 갈 길을 멈추고 웬 스쿠터에 올라타더라
너 그 스쿠터 주인이랑 아는 사이니 묻고 싶어도 답을 알 길이 없는 질문이기에 열심히 두피 마사지 해줬다
신기한게 바닥에서 주물럭질 당했음 지도 차갑고 딱딱하고 눅눅한 바닥이 불편할 거고 주물럭대는 나도 길 한복판에 쭈그리고 앉아서 만져줘야 하니 서로서로 불편하였을텐데 고양이가 날 이끌고 스쿠터로 가는 바람에 서로서로 편해졌다
그래서 이 요물아 너 정말 요물이구나 덕분에 시간 때울 걱정도 줄었다 등등을 속삭여줬다
계속 두피마사지를 받더니 뭐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날 물려고 하기에 쓰다듬어 줬더니 다시 얌전해졌다
아 보드라웠어 고양이
더 만끽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다 되어서 나는 떠났다 아 발걸음이 차마 안떨어지더라
결국 그래 우린 쿨하게 헤어져야해 나는 나대로 갈 길을 갈테니 너도 잘 지내렴 하고 지저분하게 헤어졌다
이 얘길 엄마한테 했더니 엄마도 오늘 어디 놀러갔는데 웬 고양이가 개처럼 따라오더라 까만 털에 윤기가 좌르르르르 흐르더라 예쁘더란 얘길 해주셨다
오 오늘은 모녀가 고양이한테 홀린 날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