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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자가격리 유경험자다
엄마가 역병에 걸리셨고 나랑 동생은 자가격리 대상이 됨
엄마도 어디 이상한데서 걸린건 아니고 확진자랑 밥 잘못 먹어서 걸리셨다
흥미로운 건 엄마가 증상 나타나기 전날 셋이서 같이 밥을 먹었는데 나랑 동생은 안걸리고 음성으로 끝남
서울 살던 동생이 내려왔고 뭐 먹지에 봉착했고 이시국에 밖에서 먹긴 뭐하니 포장해오자 해서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각자 먹을걸 포장해온게 나름 신의 한수였지 않나 싶다
그렇게 먹고 하루 쉬고 그 다음날 시골 다녀오자 했는데 시골 가기로 한 날 엄마가 37.5도가 됨
어? 싶어서 집에서 일단 마스크 쓰고 그 와중에 엄마는 나가자 하셨지만 뜯어말렸다
밈 중에 코로나 걸린 사람은 그렇게 싸돌아다니고 싶어한다는게 있었는데 엄마도 저 증상이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했음
아무튼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돌아다니다 패가망신 당한 경우를 여럿 봐서 안된다고 안된다고 말렸는데 아주 잘한 일이었다
검사 받으러 가재도 괜찮지 않나?? 하시는거 검사 받으러 가라고 가라고 우겨서 받으러 가셨고 다음날 확진되심.....
그리고 나랑 동생도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고 검사받으러 오래서 가서 받고 꼼짝없이 집에 갇히게 됨
나한텐 좀 다행이었고 동생한텐 정말 불행이었던게 서울에서 잘 있었으면 자가격리 안해도 됐을텐데 어쩌다 내려와서 2주동안 꼼짝없이 갇혔다
그나마 둘이 있어서 챙겨먹는게 덜 번거로웠다
좀 편했지 사실
혼자 있는거보다 훨씬 나았음
정말 좋았던건 동생이 설거지 전담을 한거였다
난 설거지 정말 싫은데 동생이 한다해서 쾌재를 불렀죠
그리고 우리는 구호 물품이 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이것저것 먹을거를 샀는데 다음날인가 구호 물품이 두 박스가 옴
내거 하나 동생거 하나
그때 받은거랑 산게 아직 집에 남아있다
2주 동안 적당히 식량이 제공되고 집에 가만히 있으니 일 걱정은 차치하고 좋긴 하더라
집에 있는거 좋아해서 먹는게 해결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음
코로나 검사 처음 받았을 땐 오 괜찮은데? 했는데 해제 전 검사는 정말 아팠다
해제 전 검사라서 유독 아프게 쑤셨던걸까?
동생은 눈물이 핑 돈다는 문학적인 표현으로 그 아픔을 설명했다
2주동안 못나가니 제일 곤란했던게 음식물 쓰레기였음
냉동실에 자리도 없어서 최대한 말렸다....
일반 쓰레기나 재활용 쓰레기는 그냥 모아두면 되는데 음식물 쓰레기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아 그리고 담당 공무원이 매일 전화오길래 주말에도 오려나 기대했는데 주말엔 쉬는지 연락을 안하더라 아쉽
혼자 자가격리 했으면 소회가 달랐을 수도 있는데 훌륭한 일꾼과 함께해서 편하게 잘 쉬었다
긍정적인 인상이 남은 꿔런띤
아 취사병 출신이어서 믿고 카레를 맡겼는데 카레가루를 다 안넣길래 다 넣는게 낫지 않을까 넌지시 의견을 피력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뭐 알아서 잘 하겠지 싶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미묘한 맛의 카레가 탄생했다
넌지시 의견을 표했기에 불만을 나타내지 않고 그냥 먹었음
여러분 카레는 카레 봉지에 적혀있는 물 양만 잘 맞춰서 카레 넣으면 웬만하면 맛있습니다 추가 간을 하지 않아도 돼요
밥도 오랜만에 압력밥솥으로 많이 하다보니 물양과 불조절의 감이 안와서 어영부영했더니 첫날은 설익은 죽밥이 됨
그래서 다시 뚜껑 닫고 좀 더 익히니 밥은 그럭저럭 됐는데 바닥에 눌러붙은 밥들이 생겨서 저거 약불에 잘 지지면 누룽지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로 잘 된 누룽지가 되었다
그 누룽지는 식탁위에 두고 오며가며 집어먹는 훌륭한 간식이 되었어요
밑반찬이 없는 것도 좀 아쉬웠다
원래 밑반찬에 큰 의의를 두지 않았는데 계속 해먹으면서 밑반찬이 없으니 몹시 아쉽더라
밑반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2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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