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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집을 나서는데 유통기한은 넉넉하지만 우리 집에서 제법 오래 묵은 카레를 발견하였고 퇴근길에 카레글을 봤더니 이쯤되면 세상이 내게 카레먹으라고 강요하는 수준이어서 그 강요를 존중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집에 있는건 오래묵은 카레뿐...
그래서 마트에 갔다
감자는 필수품이니 당연히 사는데 한개와 두개 사이에서 큰 고민을 했고 두개 껍질 까는게 성가시니 큰거 하나로 타협했다
양파도 세개 묶음이 있고 여러개 묶음이 있던데 여러개를 사려다 세개가 천원밖에 안해서 어차피 잘 안해먹으니 세개짜리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나는 당근불호자여서 당근은 고려대상조차 되지 않았고 감자와 양파만 넣기엔 뭔가 아쉬워서 처음엔 양송이를 넣으려고 했는데 그건 또 뭔가 애매한거 같아 주변을 둘러보니 샐러리가 보였다
아...샐러리 넣은 카레 제법 맛있을거 같은데 문제는 내가 필요한 샐러리의 양은 한줄기?이파리 한 장?인데 마트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양으로 팔고 있어서 샐러리는 관두고 결국 브로콜리로 정했다
그냥 가려다가 저번에 마트 왔을 때 생 깐 새우를 본 적이 있어서 구경갔더니 여전히 잘 있어서 제일 적은걸로 샀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많은걸로 살걸 조금 후회된다
어차피 오그라들면 비슷비슷할텐데
아무튼 야채 다듬기는 손이 많이 가요
그래서 일단 브로콜리는 물에 좀 담궈두고 감자를 먼저 까고 썰려다가 양파 캐러멜라이징이 문득 생각났고 조리의 순서를 바꾸기로 하였다
1. 작은 양파 한개를 잘게 후딱 썰어서 기름 잔뜩 두른 스댕냄비에 약불로 익힙니다
가루내기 직전의 상태로 썰었다
2. 그동안 감자를 썰면서 양파를 뒤적입니다
나는 감자도 매우 작게 써는 편이라 시간이 좀 걸리는데 냄비 속 양파는 어차피 약불에서 익고 있기 때문에 굳이 계속 저어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감자 조금 썰고 양파 뒤집어주고 썰고 뒤집어주고 하다보니 감자 다 썰 무렵에 양파도 거의 익어서 기름 더 끼얹고 감자도 같이 냄비에 투척하였다
-사족으로 내가 감자를 작게 써는 이유
크게 썰면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답답함...
큰 덩어리 감자의 식감 자체는 좋은데 카레 만들기 시작부터 잘게 썬 감자로 시작했더니 큰 덩어리는 어떻게 조리해야할지 감이 안오는 것도 있다
3. 물속에서 놀고 있던 브로콜리를 데칩니다
어차피 감자 익는데 시간이 좀 걸리므로 물 데우면서 브로콜리 손질도 하고 양파와 감자도 좀 뒤적이고 하다보면 시간이 잘 가요
4. 브로콜리를 데치고 식히며 새우를 씻겨주고 새우만 양파와 감자 소굴로 ㄱㄱ
뭔가 새우를 카레보다 늦게 넣으면 새우맛이 묻힐거 같아서 먼저 넣었는데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되었다
5. 새우가 좀 익었다 싶으먼 카레 봉투에 쓰여진대로 물 700ml 중 500ml를 먼저 냄비에 붓고 카레가루도 투척합니다
요즘 카레는 잘 녹는대서 그냥 막 부었는데 자기들끼리 뭉치고 난리남...
푸는데 약간 성가셨다
그리고 남은 물을 넣어주는데 여기서 약간 소참사가 일어났다
*주의*
물은 꼭 정량을 넣읍시다
나는 500에 추가로 250 넣었는데 딱 50ml만큼의 싱거운 카레가 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로 거짓말 안하고
아니 물 700ml는 뭔가 적은 느낌이어서 50ml를 더 추가한건데 이런 소참사로 이어질 줄은 몰랐어요
6. 물을 다 넣고 데친 브로콜리도 같이 넣어줍니다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불을 끄고 밥을 합시다
우리집은 압력밥솥이라 그때그때 해야하는데 전기밥솥이면 흠 저보다 잘하실듯
7. 밥이 다 되고 뜸들이는 동안 다시 카레의 불을 켜고 익혀줍니다
찌개도 그렇고 카레도 그렇고 바로 한거보다 좀 식히고 두번째 익힌게 더 맛있는 느낌이라 카레하고 처음 먹을 땐 항상 이 과정을 생략하지 않는다
8. 맛있게 먹는다
와 진짜 조금 싱거운거 빼곤 정말 맛있었다
물을 알맞게 잘 넣읍시다
아 모든 과정에는 소금 및 간장 간을 하지 않았다
가끔 엄마가 카레를 하면 카레국이 되는데 왜그런가 했더니 야채 볶으면서 간을 하고 카레 가루도 간이 되어 있어서 하다보니 짠맛이 강해지고 물을 넣고 카레국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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