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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배터리 교체 할인이 올해까지여서 11월 말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남친이랑 언제갈까 막연한 계획만 세웠는데 남친이 혼자 쏠랑 교체하러 가였어요

나쁜 사람
대노한 내게 주말에 같이가자 하여서 그러겠노라 하고 어디가 가장 좋을까 알아보니 신세계 백화점 안에 있는 매장이 가깝고 늦게 열고 늦게까지 해서 좋아보이길래 거기로 정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나보다 며칠 일찍 그곳을 방문한 뽐뿌 유저의 글을 봤는데 장난아니었더라
11시 땡하자마자 사람들이 우다다다다다 뛰어가더라고
아.....예상은 했지만 보통일이 아니겠구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는 신세계 백화점의 층별 안내도를 보며 이동 루트를 짜기로 했다
계획 1. 9-11호기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6층에 내려서 뛴다
문제점: 실제로 당일 아침 백화점 문은 11시에 열고 나는 10시 반쯤 도착해서 해당 엘리베이터가 있는 구역으로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6층엔 아직 영업 시작을 하지 않은 시간이라 버튼이 눌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있지도 않았던 2번 계획으로 넘어갔다
엘리베이터는 4층과 8층에서 서는데 4층에서 6층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8층에서 내려가는게 훨씬 덜 힘들 것 같아서 8층으로 갔지
8층엔 이미 나같은 사람과 그냥 백화점 방문하려고 온 사람과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나는 에스컬레이터와 가장 가까운 출입구쪽에 서있었다
그 와중에 내 옆에 있던 커플의 대화가 들렸는데 남자가 여자한테 오빠만 믿으라고 오빠가 열심히 달릴테니 넌 천천히 오라는 얘길 듣고 이 상황을 모른 채 아직도 오고 계시는 내 오빠??가 생각나며 그 망할 커플에게 망해라고 마음 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
11시 5분전부터 나의 심박수는 증가하기 시작하고 등뒤로 땀이 흐르고 계획한 대로 모든 루트를 상상하였고 11시가 되자마자 나는 쏜살같이 뛰어나갔는데 다른 동지들이 많아서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저것들에게 밀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더 미친듯이 뛰었던듯
그 와중에 어떤 분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로 잘못 가서 의도치않게 경쟁자 하나를 무찔렀다
기다리는 동안 저 에스컬레이터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그걸 못봤나?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뛰면서도 의아했던건 4층에서 올라왔으리라 추정되는 인파였는데 어째서 내려온 나보다 더 빨리 도착했나 다들 달리기 선수였나보다
목적지 10미터 전쯤에 내 뒤에서 날 추월하려는 의지가 느껴지길래 열심히 뛰어서 온몸으로 저지했고 성공하였다
하하 내가 해냈어요

이게 바로 열심히 뛴 결과물이다
나름 순위권이었고 선방하였다
이렇게 전력으로 뛴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번호표를 받고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14번이라고 하더라
아까 그 망할 커플이었다
내가 온몸으로 저지해서 쟁취한게 그 커플의 앞길이었구나
몹시 뿌듯했다
오빠가 다 해준다더니 날 못이겼네
좀 있으니 남친이 와서 단거 셔틀을 해주셨고 10번대는 한시간쯤 기다려야한다길래 어딜 가기도 애매하고 해서 계속 기다렸는데 내 앞의 누군가가 계시지 않아서 생각보다 일찍 폰을 맡기고 점심을 먹고 되찾았다
확실히 배터리 닳는 속도가 느려졌다 좋다
한번 해봤다고 또 열심히 뛰어가서 앞번호 받아서 번호표 팝니다 하면 살 사람이 있을까 부질없는 생각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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